역시 잠은 집에서 자야한다.

모텔은 뭔가 불편해서 잠이 잘 안온다.

가뜩이나 집에서도 잠 많이 자고 싶어도 제대로 못 자는 편인데..

평균 수면 시간도 따지고 보면 거의 4~5시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래도 간만에 푹 잤네.

아침이 밝았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얼른 주섬주섬 옷과 짐을 챙기니 할머니는 아침 먹고 가라며

왜 그리 서두르냐며 혼을 내신다.


다음 목적지가 어딘지 말씀 드리면 또 화내실거 같아서 곧장 서울로 올라 가려면 지금 나가야 한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죄송해요.


미리 뽑아둔 현금(이번 여행에서 현금으로만 사용 될 목적이였던 돈)을 당일 밥값과 주유비를 빼고는 탈탈 털어드리고,

나는 다시 오늘의 목적지인 해남으로 출발.

잠만 자고 도망치듯 나와서 죄송해요.

꼭 한 번 올라가보고 싶었던 남원랜드 정상.

날이 밝으니 천길을 따라 벚꽃이 줄을 지어 늘어서있구나.

멋지다!

정상에서 구경을 마치고 광한루 입구로..

이 곳은 전에 들어가 봤으니 입장은 패스!

아침부터 유치원 병아리 친구들이 줄지어 선생님 뒤를 쫄래쫄래 쫓아 다닌다.

내가 헬멧 쓰고 있는 걸 보니 신기 했는지 한 녀석이  

"안녕하세요!!"

라고 외치니 뒤에 있는 아이들도 다 인사를 해준다.

고맙네, 이녀석들!!

어릴적 그림 그리러 소풍 간게 생각난다.

그림은 정말 드릅게 못 그리는데...

그래도 꽃나들이 가면 꼭 선생님들이 스케치북에 그림 그리라고 시키면 이건 손으로 그렸는지 발로 그렸는지

완전 개판 오분전이였지.

찡하네.

아침부터 이창현이 전화를 해서,

"야, 우연이 페북에 이상한 글 써놨어, 빨리 봐바!!"

라며 급하게 전화가 왔다.

봤더니 뭔가 기분나쁘게 

'다들 잘 사시오!'라는 글을 써놔서 미친듯이 전화를 했지만 전화는 꺼져있고,

참으로 답답할 지경이였다.

머릿속에선 이 여행을 달리다가 설마 안 좋은일이 생겨서 대전으로 가야 되나 싶었다.

당장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불안한 마음에 가던길을 일단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던 중 모르는 전화가 한통.

우연이 놈이다.(1일차 대전에서 신세졌던 친구)

전 날 회식자리에서 술 마시고, 사람들에게 욕하고 핸드폰 잃어버리고,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다들 잘 살라는 뜻에서 썼다고...

썩을 놈.

걱정 했자네라고 하며 어쨌든 힘내야지 별 수 있겠냐라는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이 곳에 서서 통화했던 기억이..

이정표의 대강은 우리 증조부,친할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곳.

참...


1시간 정도를 달리니 도착한 순창.

순창하면 또 고추장 마을이 유명하다.

예전에 한 번 왔었지만, 고추장을 사진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구입은 포기!

입구에서 인증샷!!

1시간 가량을 달렸으니 잠시 쉬었다가 간다.

이 곳 평상에 누워서 조용히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휴식을 마치고 달리니 어느덧 담양 도착이다.

순창에서 담양으로 넘어가는 이 곳.

녹음이 가득지는 시기에 이 길을 달리면 환상이다.

여기서부터 죽녹원까지 길들이 엄청 멋있거든!

바닷길을 제외하고, 그냥 일반 길로 치면 내가 다녀봤던 길 중에서 top 5에 꼽힐 정도로 멋지다.

대략 10km 이내의 거리인데, 양 옆으로 길쭉한 나무들이 엄청 길게 줄을 서 있다.

여기 길은 정말 꼭 강추!!

오토바이 타고 달리면 더 환상!! 

대략 이런 느낌이다.

저 나무들이 풀을 가득 안고 있었더라면 더더욱 멋있었겠지만, 이미 그것도 봤고 이렇게 가지만 보이는 것도 

나름대로 멋지다.

이 곳은 메타세콰이어길.

작년인가부터 이 길을 가려면 돈을 내야 한다.

예전에 오토바이 타고 왔을 땐 그냥 막 들어갔었는데...

그래도 위에서 언급했던 저 길이 훨씬 멋있다.

다만,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된다는게 흠이라면 흠.

기름을 보충하기 위해서 담양주유소로..

"광주는 지금 어딜가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에 "얼마전 무등산 국립공원이 새로 승격했으니 거기 가보세요."

지도 어플을 구동해보니 있었던 위치에서 10km가량 떨어져 있었다.

들렀다 가기엔 너무 시간이 빠듯 할거 같아 그냥 포기하고 광주 시내로 향했다.

사인 해주셔서 감사하네요.

광주 시내.

정확히 말하자면 동광주 쪽을 지나 나주로 향하던 길에 만난 두암동 궁전제과.

나주에서 곰탕을 먹기로 맘을 먹은터라 먹고갈까 말까 하다 간단하게 요기나 하자!

입장!

이 제과점의 대표빵인 나비파이

그리고 공룡알.

바게뜨 끝을 잘라 그 속을 파내고 안에 감자,달걀,맛살등을 으깨서 채워놓은 샌드위치류

하나씩을 구입을 하고 공룡알은 냉장 제품이기에 바로 흡입!!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고,두암동 주변을 한 바퀴돌았다.

삼촌집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변해서 결국 포기.

원래 계획은 광주에서 하루 묵고 해남으로 가려고 했으나 이것도 포기.

이모도 광주에 안 계셨고, 재혼 하신지 얼마 안되서 가기엔 좀 눈치도 보이고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봤는데

2군데가 있었으나 그닥 내키지도 않았다.

충장로에서 좀 놀다 갈까 하다 그냥 나주로 이동!

또 오마~

광주의 그래피티구나!

할머니들 너무 귀여우시게 일렬로 앉아서 대화를 하시는데 목소리가 엄청 크시다.ㅎㅎ

드디어 8살 때 이후로 다시 오게 된 우리 외가식구들의 고향 전라남도 남평!

오토바이를 타고 오니 기분이 참 오묘했다.

정미소가 있을 줄이야.

저 구석에 숨어 있는 기억을 꺼내어 되짚어 보니 언뜻 기억이 날 듯 하다.


이 곳의 사진을 찍어 엄마한테 카톡으로 보냈더니 바로 전화통화를!

할머니 집이 이 근방이였다는걸 알게 됐다.

동생도 기억한다는데... 나와 3살 차이니 5살때 인건데 어떻게 여길 기억을 하지?

비포장 도로에다가 누구의 경운기였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타고 논에 나가 어르신들 새참 드실 때 

옆에 앉아 먹었던 기억도 나고, 뱀도 봤던 것도 기억이 나더라.


너네는 어디로 가는 것이냐..

좋은 주인 만나러 가는 길이길 빈다.

기억 난다.

어릴적에 양 옆에 가드레일이 낮아 무서워서 반대편으로 못 건넜던 그 다리.

지금은 자동차는 못 들어가고 2륜차만 들어 갈 수 있게 해놨다.

그 땐 왜 못 건넜을까..

남평읍내에 있는 주유소.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갈 때마다 그 동네마다 자체 브랜드?

라고 하면 그렇다 치고 요런 형태의 주유소들이 간간히 눈에 띄였다.

같은 기름이겠거니 싶지만,

왠지모르게 주유하고 싶지 않아하는건 선입견을 두고 있는게 분명하다.

언젠가 사정이 급할 때는 넣겠지?


남평을 벗어난지 거의 1시간 30분정도 됐었나?

나주에 도착이다!!

지도를 보니 굉장히 작은 동네였던걸로 기억한다.

나주에서의 목적지인 하얀집을 찾아봤는데 터미널과도 1km 이내의 거리였던것 같다.


드디어 찾아낸 나주곰탕 원조집인 하얀집!



배낭을 메고 들어가니 입구 왼편으로 엄청나게 큰 가마솥에 육수를 우려내고 계셨다.

이때 거의 4시즈음에 도착한지라 손님은 별로 없었고,

2~3테이블 정도의 손님만 있었다.

그래서 혼자지만 당당하게 앉아 주문을 했다.


4대째 운영중인 하얀집.


메뉴는 간단하게 곰탕과 수육

그리고, 음료

간단하다.


주문한 곰탕이 나왔다.

주방 바로 앞에 앉은 터라 어떻게 만드는지를 볼 수 있었는데,

돼지국밥처럼 밥이 들어있는 뚝배기에 수육을 넣고 여러번 토렴질을 한 뒤에,

고명을 얹는 순으로 만들어 지더라. 


고기의 두께 환상이였다.

먹어보니 이건 서울에서 잘한다고 소문난 곰탕집에서 먹던 그런 일반적인 맛이 아니다.

정말 양심적으로 하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육수 색깔을 잘 내기 위해 프림을 넣는 곳도 많다고 들었다.

어쩌면 내가 먹었던 그 국물들의 몇 군데는 프림이 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싶어지는구나.

여튼, 깊은 국물의 차이를 제대로 느껴봤다.


"먹고서 고기 부족하면 말씀하세요"

라고 하셔서 고기 더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고기와 육수 그리고 밥까지..

거의 새 것으로 리필해주는 서비스를 해주셨다.

안 바빠서 그런건지

아니면 배낭 매고 들어오는걸 보고 안쓰러우셨는지

여튼, 이 것 마져도 감동이다.


결국 2그릇을 배터지게 해치워 버렸다.

언제 다시 여기와서 먹을 수 있을지 몰라 배가 너무 불렀지만

이런 기회엔 차라리 미련해지자.

나가서 소화제 먹지,뭐

라는 생각을 다 먹어버렸다.ㅠㅠ


다 먹고 보니 이런게 있더군.

전국 각지에 있는 원조집 지정업소.

솔직히 저기 가본 곳 중에 인정 못 하는 곳은 

종로 청진옥.

처음 먹었을 때와 마지막으로 먹었을 때랑 비교하자면

지금은 정말 맛이 없어졌다.

무슨 이유 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파는 일반 선지해장국보다도 맛이 없었으니..

뭐, 개인적인 입맛의 차이니깐..



예전에 처음으로 나주 하얀집을 보고서 서울에는 나주곰탕 잘 하는 곳이 없나 하고 찾아보니

올림픽공원 옆에 나주관이라는 집이 여기 하얀집과 같은 형식으로 운영 된다는걸 알고 나주관을 찾았었다.

당시 오픈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가격도 내 기억으로는 8천원 정도 였던걸로 기억한다.

그 때 가게 마감 할 때쯤에 들어가서 먹고 나왔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그리고는 계산 하면서 나오다 우연하게도 그 나주관 사장님과 대화를 하게 됐었다.

그 사장님은 서울에 잘하는집 많이 다녀봤는데 프림 넣는 곳이 많다고 하셨고,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계셨던 분이셨다.

그리고,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가끔씩 나주곰탕이 생각나면 찾아가서 먹곤 했는데,

어느 날 부터 맛도 예전 같지 않고 가격도 거의 3~4천원 이상이 올라간 뒤로는

잘 안 찾아가게 됐었다.

그래서 하얀집에 온 겸 해서 사모님에게 계산하며 여쭤 봤더니

나주관이 처음 오픈 했을 때 사모님의 고모님께서 같이 하셨는데

지금은 안 하신다고..


그러던 중 할아버지 한 분께서 계산을 하려고 만원을 내셨는데

거스름돈을 5천원만 내주신다.

어르신들은 그냥 5천원만 받으신다며..


맛에 감동, 서비스에 감동이다.

사인을 요청을 안 할 수가 없다!!



멋진 가족이다.


그 기운 받아서 서울 무사히 도착해서 지금 이렇게 블로깅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꼭 재방문 할거예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네요.

공식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이번 제 여행의 맛집 1등으로 선정했습니다.


7천원을 내고 7만원 그 이상의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왔네요.



4시 반쯤이였나? 해남까지는 100km미만 이니 열심히 달리면 7시정도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겠구나.

다행히도 해지는 시간이 길어져 어두워지기 전에 달릴 수 있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정말 야간에 지방도는 정말 위험하다.

도로유실은 물론 막달리는 트럭들. 으으~

어쨌든 나주에서도 벚꽃을 보고, 벚꽃의 기운을 받아 해남으로 몰고 내려간다.

강진도착!

열심히 달리자,달려!!



드디어 도착한 전라도 땅끝 해남!!!!

시내에서 목적지인 미황사까지 거의 30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쉴틈 없이 내려가야만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는데 땅끝마을을 안 찍고 올라가면 후회 할 듯 싶어.

미황사에서 대충 계산해보니 11km?

거의 40km 그리고 다시 미황사로 가면 50km.. @.@

일단 그래도 가자!!!


7시가 다 되어 도착한 송호해변.

땅끝마을 가기전의 있는 바다.

그리고, 77번 국도의 마지막.

대박의 순간이구나.


그리고 어두워질 때 도착한 

대한 민국 최남단 땅끝에 도착!!!

감동의 순간이다.

나의 스쿠터로 땅끝마을에 올 줄이야.

엄청 고생하며 내려온 미오양에게도 엄청 미안한 마음과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미오양은 달릴 팔자니깐 같이 좋은 거 보고 좋잖아라고 

이 녀석을 의인화 시켜 말도 하고..

미친 놈 같았다.

이제 1/3이뤘구나.



여기서 인증을 얻어내기 위해서 지나가시는 이 분들을 붙잡고 사인을 요청했다.

인천에서 오신 친구 분들이라고 하시며,

나보고 어디서 왔느냐 물어보시길래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미쳤다고 하신다.ㅋㅋ



세 분이서 사인 해주시는 동안 비가 오기 시작.

이 때가 초강풍이 불기 시작했던 시기였지.

이 날씨 때문에라도 난 이 날 무조건 해남에 떨어져야만 했었다.



엄청 수고 했어, 미오양!!

다시 최종 목적지인 미황사로 출발!!


드디어 도착한 해남 달마산 미황사.

땅끝에서 부터 그 지방도는 정말 지옥이였다.

가로등 하나 없고, 헤드라이트 하나에 의존해서 그 어두움을 뚫고 달리는 그 기분.

정면에 비춰진 그 불빛만 보고 지방도를 달려본 사람은 알거다.

갑자기 뒤에서 트럭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야생동물이라도 튀어나와 들이 받진 않을까..

누구라도 그 상황이 였으면 그런 생각 했을거야,분명.

미황사에 있는 친구 무경이와 통화를 해가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고 보니 밤 8시 20분이 다되어갔다.

들어와서 방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하며 몇 일동안 입었던 속옷과 양말을 빨아

스님들의 옷과 이불이 있는 빨래방?

이 곳의 아랫목을 찾아 빨래를 널어 놓는다. 



그리고는 무경이가 보라고 준 해남관광, 미황사 리플릿을 건네줬다.



저녁 먹고 자라며 차려준 저녁상

내 인생에 처음으로 먹어본 절밥이구나.

쑥국과 카레,김과 김치,열무김치 정말 맛있었다.ㅠㅠ


무경이와 간단하게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급 피곤함이 밀려왔다.

이불을 펴고 누우니 맞바람을 어찌나 맞고 왔던지 온몸이 전기오듯

지릿지릿 했었다.

그냥 그대로 사망수준으로 쓰러져버렸다.

아, 그리고 정말 더더욱 좋았던건 산속의 절이라 그런지 너무나 조용했었다.

그 덕에 밤새 내리는 빗소리가 정말 환상적으로 멋지고 아름다웠다.

해남에서의 최고로 멋진 밤 중에 하나였다.

그 빗소리!!

다시 듣고 싶다.


총 이동거리 : 순창-담양-광주-나주-강진-해남 = 219km


Tip :

 다른것 다 필요없다. 나주관은 무조건이다!!!!

Posted by Rowl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