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0-울진 - 삼척 - 태백 - 영월 - 정선 - 사북 - 동강 - 충주 - 음성 - 이천 - 광주 - 성남 - 서울 20일차
2013. 7. 9. 17:11 from 2013.The great escape(스쿠터 전국일주)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는 아침!!
그런데,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내린다....
망했다..
그래도 바다가 보이는 방인데 건너편엔 중고 가전제품 센터가..
냉장고만 잔뜩있네.
몸살기운이 정말 있었나보다.
일어나니 땀이 장난아니게 흘렀는지 이불이 촉촉하지 뭐야.ㅎㅎ
약을 먹고 푹자서 그런지 나름 괜찮았다.
완전 100% 충전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쩌겄냐 떠나야지..
잘있어라 죽변모텔!!ㅋㅋ
짐을 다챙기고 배낭에 레인커버 씌우고 우의까지 입으니 완전 불편했다.
내려와서 주차 되어 있는 미오양을 확인하고 키를 꽂으려는데 키가 없는 것이다...헐...
다시 방에 들어가서 배낭 다시 까고 뒤졌는데도 안 나오길래,
지난 밤에 키를 꽂아두고 내렸나? 아님 어디다 흘렸나? 하며 혼자 땀 뻘뻘 흘리며 찾았는데 완전
멘붕 오더라.
다행히 혹시 모를까 해서 미리 준비 해둔 스페어 키가 있어서 안심했지만 그래도 찝찝함은 가시지
않는다라고 하는 찰나에 보니 헬멧 사이에 저리 꽂혀 있었다.....
아.. 이 놈의 정신머리..
추울 날씨를 대비해 껴입은 옷과 방풍 잘 되는 우의 때문에 사우나에 들어갔다 온것마냥 몸에 땀이 가득!!
마음을 다잡고 내려와 키를 꽂았다.
하루동안 잘 신세졌네그랴~
아침 9시20분즈음이였나?
오늘의 목표는 악스홀이다.
럭스라는 밴드의 보컬인 종희의 결혼식을 참관하기 위해서다.
잘있어라, 죽변바다~
울진 바로 위인 삼척으로 지날 때 만난 태봉터널
누군가 생각이 난다
몇 년 전 속초에서 부터 강릉을 지나 삼척까지 스쿠터 타고 내려간적이 있다.
방울이와 준성이랑 셋이 밤늦게 출발해서 갔던게 생각나네.
여튼, 이로써 7번국도를 거의 완주다!!
http://rowley.tistory.com/5 <- 포스팅!ㅎㅎ
삼척에서 지도를 검색해보니 이상한 지방도를 거쳐 태백산을 넘어가게 나오더라.
잽싸게 지방도 번호와 몇 번 국도가 만나는지를 체크를 하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였다.
오일이 70km 정도는 갈 수 있을거 같아서 뭐 주유소가 나오겠지 하며 기름도 넣지 않고 달렸다.
달리던 중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물이 자꾸 튀고 비가 많이 내려 결국 신발이 다 젖어버렸다.
그래서 이 버스정류장에서 무적 남조선 어그슬립온으로 갈아 신고 이동하기로!!
물론 10분간 휴식!
산간지방이라 그런지 엄청 추웠다.
얼마나 달렸을까?
4월에 눈이 내리다니!!! 이런 미친날씨를 보았나!!!
그냥 봐도 눈의 결정이 두껍다. 뭐 내리다 말겠지 하고 달렸는데...
미쳤다.. 폭설이다.
엄청나게 추운 추위속에 비가 눈으로 바뀔 줄이야...
한참을 달리다보니 주유소가 보이길래 들어갔더니 문을 닫은게 아닌가...
완전 멘붕이다.
계기판은 곧 'E'를 가리키려고 했다.
달려봤자 15km 정도 갈 수 있을까?
지도 어플을 구동하니 근처 주유소는 나오질 않는다..
길은 미끄럽고 헬멧안에 입김 때문에 서리가 껴서 앞은 안 보이고 눈이 얼어 시야확보가 완전 개거지 같은 상황이였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주유소는 보이질 않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었더니 주유소는 산 너머에 한참 가야 있다고 하신다.
진짜 패닉,공황장애 뭐 이딴 것들이 갑자기 확 몰려왔다.
또, 이 곳은 나름 고지대라 폭설이 내리고 또 안개가 잔뜩 껴서 완전 엎친데 덮친격이다.
그러다,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시동이 꺼져버렸다....
뭔가 숨도 잘 안 쉬어지는듯한 느낌도 받고, 정말 119에 구조요청을 해야 되나 싶었다.
어쩌다 한 대 씩 지나가는 차들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싶어도 방법도 없고 누가 휘발유를 가지고 다니겠는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 같은 놈을 만나면 어떡하지 싶기도 하고
갑자기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오면 발로 차버릴 준비까지 하고.ㅋㅋㅋㅋ
지금에야 이렇게 웃으면서 쓰지만 정말 호흡곤란까지 왔던 그 때의 기억을 더듬으면 참...
멘붕 안 오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편도 1차선에 갓길도 흙밭이라 흙길로 질질 끌고서 가는데 혹시라도 나를 못 보고 로드킬 당하는 짐승마냥
널부러 질까봐 노심초사하면서 무거운 배낭과 미오를 끌고 갔을 때..아아~~ 생각하기 싫다. 끔찍하다.
완전 산길을 지나 끌고 내려갔을즈음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고, 뭔가 마음이 좀 차분해졌다.
해발 720m..
그래도 계속 끌고 내려갔다.
한참을 끌고 가던 중 아.. ㅅㅂ
진짜 이게 무슨 사막에 오아시스보다 더 좋은걸 만난것 마냥 주유소가 가던길 오른쪽 건너편에 보이는게 아닌가..ㅠㅠ
욕나오게 기분 날아갈것만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여기도 문이 닫혀 있으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다행히도 문이 열려 있는게 아닌가..
진짜 날씨는 춥고 눈 맞아가면서 스쿠터 끌고 올라가고 내려갔을 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지더라.
주유를 마치고 계산하러 들어가면서 주유해주신 아주머니에게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들어와서
몸 좀 녹이고 가라고 하셨다.
사무실에 계신 아저씨들이 어디서 오는 길이냐해서 울진에서 여기 넘어오는데 주유소도 없고,
눈 내리고 오는 길에 있었던 그 상황을 주욱 늘어놓으니 미쳤다면서도 대단하다고..
태백 통리는 4월에도 눈이 내린다고 하시면서 추우니까 커피 마시라며 커피도 타주시고,
배고프면 컵라면 줄테니 먹고 가라하셨다.
진짜 눈물나게 고맙더라.
이 분 얼굴 아직도 생각나네. 대박!!ㅠㅠㅠㅠ
사인을 부탁드렸더니 또 해주신다.
안 추우냐며 이런 날씨는 아무리 장갑 끼고 있어도 추우니까 비닐장갑 끼고 그 위에 목장갑을 껴라 하시며
이것도 얻게됐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사무실에서서 바깥을 바라보며 사람이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라는 말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30분가량 몸을 녹이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다시 발길을 옮겼다.
모두 그냥 여기서 하루 묵었다 내려가라며 눈길 위험하다고 말리셨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오늘 가기로 했으니 마음을 다시 다잡고
이 곳 연락처를 받아 꼭 서울에 무사히 도착하면 연락하겠다고 약속을 하며 문을 나섰다.
생명의 은인이십니다.ㅠㅠ
얼마 지나니 태백시가 나왔다.
눈은 거의 그치고 눈발이 비로 바꼈다
살다보니 별일을 다 겪네..
몇 시간 전의 상황이 정말 꿈만 같더라.
귀에 음악을 듣고 있어도 음악이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사진 찍는건 잊지 않는다.
강원도 정선까지.
비가 조금 그친김에 휴식이다.
온 몸에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였다.
영월을 지나..
동강 휴게소를 만나게 됐다.
아침도 못 먹고 너무 배가고파 이 곳에서 맛이고 뭐고를 떠나 따뜻한 국물에 밥을 먹어야겠다 싶어 주문!
육개장.
얼마나 떨었는지 사진 촛점이 나가버렸네.
좀 짰지만 그래도 괜찮았어.ㅠㅠㅠㅠ
아니다, 꿀맛이였다!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배낭도 젖어 군장 싸메고 있는 기분
몇 시간을 지나니 충청도!
아.. 대박이다.
이건 왜 찍었나 몰라.
제천의 하늘
점점 날씨가 좋아지고 있는듯 해보였다.
이 곳은 박달재
진짜 울고 넘는 박달재였다.
고지가 보인다!!
장호원!!
길에 버려져 있던 쇼파
눕고 싶더라
잠시 동안 몸을 녹이고 가기 위해 들렀던 휴게소
오른쪽 할리를 타고 움직이셨던 아저씨와 잠깐 이야기 했는데 그동안의 이야기를 전해 드렸더니
멋지다며 자기는 구미에서 부터 올라가고 있는 길이라고 하셨다.
이 날 하여간 오토바이 타고 다니기엔 완전 구리다며 안전 운전하라고 하시며 떠나셨다.
비는 대부분 그치고 충북 음성을 지나..
드디어 경기도다.
아.. 사진이고 뭐고 얼른 서울로 가야겠다라는 마음뿐.
달리는데 이게 보이지 뭐야..
우리 노래 히아신스가 생각나서 찍었다.
엄청 얄밉게 해가 떴다.
실컷 달렸을 땐 눈,비 밖에 안오더니 해뜨니까 화가 나더라.
이천을 지날 때쯤엔 차도 막혔지.
빗길에 길도 미끄럽고 해서 완전 초방어운전하며 신경을 곤두 세웠다.
특이한 구조의 육교
이 곳에서 휴식이다
서울 다 올 때쯤 되니 이 지역엔 비가 안왔나?
바닥이 안 젖어 있더라
여기서부터는 안 쉬고 막 쐈드랬지.
엄마 보고 싶고 막 그러더라.
드디어 서울입성!!!
아... 진짜 욕나오게 빡시다.
울진에서 서울까지 넘어오다니.ㅠㅠ
롯데월드 가고 싶고, 엄마 보고 싶고..
장갑이 완전 축축해지고 손은 완전 불어터졌다
이 장갑은 정말 못 버리겠더라
악스홀에 도착하니 마크형이 보여서 인증샷을..ㅎㅎ
내 얼굴은 완전 거지상이여서 모자이크처리!
새신랑 원종희
행복해라, 펑크대장!
배고파서 밴드 대기실에서 미친듯이 음식 먹고 나오니 공연이 끝나버렸네.ㅋㅋㅋ
내륙으로는 이렇게 돌았다
제주는 이렇게 돌고.. 내륙도 갔지만 대부분 달리고 있는 중이여서 사진을 못 찍었네.
- 여행을 마치며 -
이 도전을 무사히 마치게 되어 엄청나게 기쁘다.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경험만큼 중요한게 없다라고 믿고, 내가 직접 보고 듣고 하는게 진실이다.
이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나의 신조다.
그리고, 내 선택에 후회 없이 사는거다.
나는 이 여행을 선택했고, 내 평생에 있어 이 여행은 정말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였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숙소를 제공 해주며 먹여주며 했던 형,누나,친구,동생님들
여행 다 마치면 잘 다녀왔다고 다시 한 번 들르라며 말해주신 분들
내 평생 안 잊어요. 절대 못 잊어요.ㅠㅠㅠㅠ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느꼈던 그 짜릿한 쾌감.
장거리 이동을 하며 외롭기도 했지만 음악을 벗삼아 외로움도 달래보고 했던 기억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때 지냈던 시간,매분 매초가 떠올라 아직도 날 두근두근 하게한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떠날거다. 반드시!!!
그 땐 혼자든 몇몇이든 꼭!!!
마지막으로 이 여행을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 함께 달려준 나의 미오양.
너무나도 수고했고, 고생시켜서 미안하지만 넌 달리는게 운명이잖냐.ㅎㅎ
앞으로도 또 함께 하자면 삐지려나?
그래도 떠나자!!!
이왕 태어난거 재밌게 살아야지, 재미없게 살기엔 세상은 재밌는게 너무 많거든!
돈 떨어지면 돈 벌면 되지, 뭐가 걱정인가!!!
움직이면 뭐든 다 되더라고~
안되는게 어딨어!!
안하니까 못하는거지!!!
총 이동거리 : 울진 - 삼척 - 태백 - 영월 - 정선 - 사북 - 동강 - 충주 - 음성 - 이천 - 광주 - 성남 - 서울
= 314km
20일간 총 이동거리 = 2,20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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