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방이라 그런지 너무너무 뜨거워서 계속 뒤척이다 빗소리 듣고 좋아하다 잠들고를 반복하다보니 


날이 밝았다.


원래는 새벽 4시에 예불이 있어서 일어나야 했지만, 첫 날이고 하니 푹자라고 해서 안 하게 됐다.


(결국, 마지막까지 예불은 못 하고 떠났다.ㅎㅎ)


아침식사도 6시 30분이였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냥 거르고 잠을...


확실히 장거리 오토바이는 사람의 몸을 지치게 한다.


평소 같았으면 눈뜨자마자 벌떡 일어났을텐데 말이지.


미황사의 내부를 보기 위해서 나가봤다.




정면 오른쪽 방이 내 짐과 다른 분들과 공유해서 쓰던 방이다.



무경이가 절에 있는 동안에 신으라고 준 남조선표 어그 슬립온.


이거 하나면 모든게 다 해결이다.


방한은 물론 등산,방수까지 다 된다.


(미황사에서 떠날 때 무경이에게 부탁해서 몰래 가방 속에 숨겨 넣어 서울까지 신고 왔다.)



여기 담 넘어서가 비구니 스님들이 계셨던 곳이였나?


남자는 못 들어가는 곳이였던거 같다.



담과 우물의 색


필터를 줬지만 실제로도 정말 멋있었다.


이 날은 비도 많이 내렸고, 바람도 엄청 불었었지.




이렇게!!


절 안에서는 조용조용



안개가 정말 멋졌었다.


다음날 알았던건 이 안개가 걷히고 나니 쾌청해진 날씨에 볼 수 있었던


달마산의 암벽바위들.


그 바위들이 산의 중턱과 정상을 다 이루고 있었다.



하루에 몇 번이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3번 이상은 울렸던거 같다.




주말이 되면 여기엔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이 날은 토요일이였나?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미황사 대웅전


실제로 보면 정말 엄청나게 멋있다.


일단 다른 건물들과 달리 나무의 색이 정말 예술이였다.


신기 해서 물어보니 해풍 때문에 색이 변했다고..


자연은 정말 위대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여긴 직접 봐야 안다.




내가 묵었던 곳의 뒷편엔 이렇게 큰 장독대가 있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제대로 된 냉장 보관



왼편은 공용 화장실


오른편은 법당 가는 길



공양간 뒷 편


밥 때가 되면 목탁 두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 식사는 6:30분


점심은 11:30분


저녁은 6:00 였나?





법당 청소를 하기 위해 미황사에 계신 분들께 인사도 드릴겸 나가게 됐다.


무경이가 어찌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스쿠터 타고 여행하는걸 대부분의 분들이 다 알고 계셨던거 같다.


아니면 만나던 분들만 아시는걸지도...


참전복즙.


(난 이걸 받아 아껴먹겠다고 가방에 뒀다가 결국 비비안 누나에게 선물로...ㅎㅎ)




점심식사!


절밥은 자율적으로 먹을만큼의 밥과 반찬을 스스로가 덜어담아서 먹는 방식이였다.


절대 음식을 남겨서도 안되고, 대부분의 음식의 간이 보통의 음식들에 비해 


싱거운 편이였다.


조리를 하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것을 최대한 살려서 먹는다는 느낌?


또, 스님들은 몇가지의 금기음식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고기와 채소가 있다.



'파,마늘,부추,달래,무릇'


이것들을 '오신채'라고 한다.



건강을 떠나 수행하는데 있어서 필요한거라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음식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파,마늘 등이 들어가는데 


절음식에는 저것들이 들어가지 않으니 대부분 싱거운게 당연한거겠지 싶었다.


어쨌든, 절음식은 맛있다!!





같이 방을 쓰셨던 분인데 존함도 못 여쭤봤었네요.


어떻게 여행하느냐고 물으시길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인을 부탁!


서울에서 오랫동안 생활 하시다 도시생활에 지쳐 내려오셨다고 하셨다.


내가 갔을 때만 해도 절에서 한 3~4개월 계셨다고 들었는데 대단히 멋지셨다.



방에서 음악듣고 다이어리 정리하며 있다보니 무경이가 나를 불러냈다.


미황사 주지스님이신 '금강스님'께서 방에 계신다고 얼른 가서 차 한잔 얻어 마시고 인사를 드리라는 거였다. 


그래서 찾아간 금강스님의 방.


예쁜 찻잔들과 천혜향 그리고, 건빵인지 뻥튀기인지 굉장히 맛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금강스님에게 최고급 차를 비롯한 과일,지역 특산품들이 보내지나보다.


찻잔도 굉장히 유명한 공예가가 만들어 드린거라던데..


절대 삐뚫어진 시선으로 보는게 아니라 사람은 역시 좋은 기운을 갖고 있으면 정신적으로던


물질적으로든 얻어지는게 있나보다.


보상심리는 절대 아니다.




"왜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됐지?"


라는 질문으로 부터 시작된 대화.


막연히 몇 년전부터 꼭 스쿠터를 타고서 전국을 돌아보고 싶었었고, 현재도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뭘 해야할지 갈피도 못 잡고 있던 중에 갑자기 이번 기회에 한 번 실행 해보자 마음을 먹고,


타 지역에 있는 친구들이 있는 곳을 포인트로 정해 연락을 해보니 다들 나에게 너무 좋은 기운을 주어


계획을 짜서 출발하게 됐다고 말씀 드렸더니 잘했다고 칭찬해주신다.


그러시면서 좋은 말씀들을 계속 해주시는데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팍팍 꽂히더라.


이 분이 대단하시고 멋지신 분이여서가 아닌 그냥 인간적으로 편하게 말씀 해주시는 그 기운이


그냥 좋았다.


사실 말씀해주시는 것들에 대해 대부분 내가 이미 알고 있었고,


단지 그것들을 알지만 실제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더불어 주변에 내게 좋은 말들을 참 많이 해주시는 친구,형,누나들.


그 분들 역시나 같은 말을 해주지만 정작 내 스스로가 그걸 못 느낀다면 뭐 소용 없지 않나?


본인이 그걸 못 느끼는데 허구헌날 얘기 해봤자 말하는 사람만 답답하고 하는 그런것들.


강요하는거 딱 질색이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되면 이해할 그런것들.



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소통이다.


말하는 사람의 기운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운이 맞닥 뜨려야 가능한거라 생각한다.


그런 기운이 맞지 않는다면 서로 피곤한거거든.


마치, 기독교식의 표현을 빌려 전도하는것.


전도라는게 나도 해봐서 알지만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반복해서 이야기 하다보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내키지 않는데 자꾸 이야기 하면 피해주는거다.


전도의 목적이 정말 그 사람을 걱정하고 하는 마음이면 물론 그 전도는 좋겠지만,


단순히 전도왕이 된다거나 사람들에게 인정 받기 위한거라면 그건 절대 아니지.


여튼, 뭐 종교적인 부분을 까는건 아니지만 결국 이야기 하고 싶은건 본인 스스로가 느끼는게 가장 중요한거다.


종교라는게 기독교,불교,천주교만 되는게 아니라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미술,체육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을 믿든간에 적당히 하면 돼.


결론적으로 스님과 대화하면서 그런 기운의 대한 소통, 말씀하시는것과 그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는 소통


이걸 말하고 싶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시는 분들 사인을 받고 있는데 좋은 말씀 한 자 적어주실수 있나요?'



라고 했더니 이렇게 적어주셨다.


그것도 붓으로... 붓으로 다 적어주시고 난 후에 한참을 보시더니 


"이 옆에 직인까지 있으면 멋지겠구만!"


그리고 도장을 찍고 보니 이건 무슨 가보 수준이다.


좋은 말씀에 이런 멋진 글까지!! 


폭풍 쓰나미 핵폭탄급 감동이다.



'수처작주 : 가는 곳 마다 주인'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무경이에게도 사인을 받았다.



너의 사인을 마지막으로 이 천에는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겐 사인을 받지 않기로..



금강스님에게 좋은 말씀 듣고, 미황사 중심부에서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또 다른 곳에


아주 멋진 스님이 계셨는데 이 스님은 음악을 아주 많이 아시는 분이라고 들었다.


도착을 하니 새소리만 들리는 아주 조용한 곳이였다.


창 밖으로 날씨는 흐리지만 바다와 섬도 보였던 매우 멋진 방이다.



만우스님


브라질과 러시아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어떤 음악을 하느냐고 물으시길래 남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음악이예요.


솔직히 저는 소리를 지르는 노래를 하고 있지만 굳이 멜로디를 넣지 않아도 음악은 음악이지 않을까 싶네요.


라고 말씀드리며 '모든 음악은 진심으로 다가가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집중하기 위해 연주하는 멤버들이나 보는 사람들에게 집중 하기 위해 향도 피우고,


내 스스로에게 진심을 보이기 위해 맨발로 공연한다고 했더니 


'노래가 궁금하니 한 번 들어보자.'라고...


....................................


이렇게 조용하고 신성한 곳에서 듣기엔 무리지 않을까 싶네요.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 답게 또 아이팟전용 스피커를 갖고 계셔서 


우리 노래 'DVAITA & SPOTLESS'를 들려 드렸다.


거의 10분 가까이 육박하는 음악을 말씀 한 마디 없이 정주행 해서 다들으시고는


"요즘 친구들에게서 없는 무언가가 보인다."라고 하셨다.


내가 어떻게 노래를 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한다며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잘보이기 위해서 한거라면 할로우잰은 끝이다.


누구나 멋지게 보이고 싶은건 당연한거다.


애초에 우리 밴드는 생업을 따로 두고 우리가 좋아하는걸 하자는게 타이틀이였으니까.


이기적이기도 하면서 현실적인거니까 이건 뭐가 어떻다라고 정의 내리기엔 무리인듯 싶다.


그냥 내가 하는걸 그냥 잘하는것도 아니고 원래 하던대로 하는게 가장 보기 좋고 그게 가장 나답고 우리 다운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10년전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한결 같으면 된다.



"토해내면 비워질거고, 

그렇게 비워지면 다시 채우면 돼."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가 다시 미황사로 걸어간다.



지름길로 가볼까?


큰 길보다 이렇게 산길 사이사이로 다니는게 너무 좋았다.



화전!!!


주말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과 함께 만드려고 했던 화전.


앞서 말했듯이 사람이 없어서 보살님과 몇몇 분들이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놨다.


저녁식사 디저트로다가..



찹쌀로 빚은 화전


귀엽네.



엄청 쫀득하고 맛있었다.



이것은 무경이표 호박죽!!


대박!! 정말 맛있었다고!!



저녁식사는 미황사 밑 마을에 위치한 호수산장이라는 곳에서 먹기로 했다.


미황사 내부에 공사가 있었는데 보통은 1달 정도 걸리는 일을 


군청에서 나오신 분들께서 거의 1주일 만에 끝내버리셔서 금강스님께서 고마움의 표시로


저녁을 대접 해주시는 자리에 내가 운좋게도 끼게 되었다.


이 식당에 일하시는 아저씨 2분과 함께 포터 뒤 화물칸에 타고 내려갔는데,


완전 롤러코스터 타고 내려가는 경험을..


그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막 쌩쌩 달리는데 엄청 스릴 넘쳤다.


@.@


스님은 다음날 서울로 강연도 있으시고, 고기를 못 드시는 관계로 동석하진 않으셨다.



그리하여 도착하니 이렇게 셋팅이!!


오리주물럭과 닭육회,닭갈비?였나?


이렇게 준비 되어 있었다.




내가 있던 자리엔 오리를


 아저씨들쪽엔 닭을


그런데 두 아저씨는 닭이 익기도 전에 한 판을 다 해치우시더니 


추가로 한 판 더 주문 하셨다.


헐...



이것은 닭육회.


세상에나.. 내 평생에 닭육회는 절대 안 먹겠다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여기와서 이걸 먹게 될 줄이야.


사실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단 한 번 먹어보고 입 맛에 안 맞으면 그 때 부터 안 먹음 되지라는


주의라 일단 입에 넣었다.


.......


이런 미친 맛이 있나!!!!



세상에 엄청 부드럽고 담백한게 여지껏 먹어보지 못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살짝 작은걸 집어 삼켰는데 이후로 막 먹어버렸다.



이건 닭모래집(똥집이라고 불리는!)


사진 오른쪽 위엔 닭발 으스뜨린거다.



육회를 먹는 도중 다 익어버린 오리.


이번 여행엔 정말 먹을 복을 타고 났다.


이 비싸고 맛있는 것들을 운 좋게 다 먹게 되다니..


특히나, 전라도 아니면 제대로 맛 보기 힘든 닭육회까지!!!



닭죽



오리전골까지!!!



닭육회가 더 먹고 싶어서 추가로 한 접시 또 주문 해버리고 먹다가 도저히 배불러서


못 먹고 Keep 해뒀다가 다음날 점심에 내려와서 먹어도 되겠냐고 주인분에게 여쭸더니


그럼 육회로는 말고 양념 좀 넣고 볶아서 잡수시라고 하셨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먹기로 결정!!!




이 분들 덕에 맛난거 많이 얻어 먹었다.


사실 이 분들은 과거가 화려하신 분들이셨는데 말씀 하시는 것도 너무 재밌었고, 멋있으셨다.


동영상엔 예전에 오뎅을 한자리에서 14만원어치 먹은 얘기를 해주셨는데 너무 웃겼다.ㅎㅎ


그리고, 가게에 들어와서 고기를 구우시고는 익기도 전에 한판을 다 해치우셨는데,


고기기름 떨어지는걸 받혀둔 종이컵에 기름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걸 다 잡숴버렸다는걸 증명해보이셨다.ㅋㅋ



이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서 미황사로 들어가는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댔다.


무슨 나무 뽑히는 수준으로다가 그런 바람은 또 처음이였지.



이렇게 하루를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복귀!!!




낮에 금강스님에게 들었던 말들을 방으로 돌아와 그 느낌들을 잊지 않으려고


수첩에 미친듯이 적었다.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구나.






 


Posted by Rowley :